2009/04/01 16:11
이병헌, 완벽이라는 포장을 벗어던지려는 노력 H.O.N.E.Y/News2009/04/01 16:11
이병헌, 완벽이라는 포장을 벗어던지려는 노력
[브레이크뉴스 2004-11-09 12:11]
90년대 초반 KBS와 MBC는 청춘드라마를 통해 장차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이끌고 갈 위대한 스타를 배출했다. 바로 이병헌과 장동건이다. 이들은 앞 세대의 남성 스타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완벽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적당히 매력있는 남성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반해버릴 최고의 미남스타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들의 잘빠진 몸매는 훗날 ‘몸짱’이라는 말로 대중화되면서 남성스타들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매력이 되었다.
장동건이 깎은 듯한 외모에 비해 연기상의 카리스마가 부족하여 피나는 노력으로 대기만성형의 길을 걸었던 반면, 이병헌은 데뷔 때부터 모든 것을 인정받았다. 이는 윤석호 감독이 <내일은 사랑>을 기획할 때부터 가장 완벽한 남자인 ‘범수’역을 그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타 방송사의 청춘드라마가 여러 명의 캐릭터를 구성하여 장점을 나누어주었던 반면 <내일은 사랑>의 이병헌은 모든 장점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자상하고, 친절한 최고의 매력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으니, 어찌보면 이는 이병헌의 행운이었다. 이병헌은 <내일은사랑>이 방영되던 2년 동안 각종 TV와 라디오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며 청춘스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다.
그러나 1995년 영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와 <런어웨이>가 나란히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병헌은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게 된다. 특히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에서는 상대역인 최진실과의 스캔들로 신선한 청춘스타로서의 이미지도 손상되었다. 최진실은 당시 가수 변진섭과 공인된 연인 사이였으니 본의 아니게 이병헌은 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뒤 <그들만의 세상>과 <지상만가>에서도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영화에서의 흥행실패만으로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모든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 당시 한국 영화는 <은행나무침대>라는 흥행대작이 나온 이후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영화의 작품성이 외부제작 환경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에 배우 한 명의 힘으로는 영화의 흥행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소화할 만한 영화가 기획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자체는 실패했어도 이병헌은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연기상을 휩쓸며 가능성 만큼은 인정받았다.
영화에서와 달리 이병헌은 TV드라마에서는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그에게 연기의 전환점을 안겨준 것은 1995년 KBS <바람의 아들>을 통해서였다. 수염이 더부룩한 건달 장홍표 역은 지금까지 깔끔한 외모를 지닌 청춘 스타로만 인식되던 그에게 '사내 냄새'가 난다는 평을 받게 하였다. '더 이상 거칠어지고 치졸해질 수 없는 동네 쓰레기' 깡패 장홍표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형상화하면서 단순한 청춘 스타에서 연기력을 지닌 톱 탤런트로 한 단계 뛰어오르게 된다. 그동안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여기서 모성을 자극하는 슬픈 눈빛과 관능적인 남성미를 보이며 그만의 매력을 보여주게 되었다.
드라마에서의 성공이 영화로까지 이어진 것은 1999년 <내마음의 풍금>부터였다. 이때는 이미 한국영화의 제작시스템이 완전히 갖추어진 상황이었다. 이병헌은 마음놓고 자신의 연기를 펼쳐보일 수 있었다. 상대역으로 나왔던 전도연 역시 최고의 톱스타의 지위에 올라서 있었고 이들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시골의 순박한 학생과 교사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었다. 이병헌은 어눌하고 착한 교사로서 완벽히 분하여 어떠한 역할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병헌은 군입대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SBS의 <해피투게더>에서 '깡패 아들'이라는 표식밖에 없는 태풍역을 맡아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이병헌은 이 작품으로 청춘스타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잘라내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고통과 애환마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이병헌의 발전은 훗날 역사적인 대작 영화 의 기반이 되었다.
“분단의 상징적 공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단 북측 초소에서 격결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살인 사건이다. 어린 북한 초소병이 살해되었고, 그 옆엔 중년의 북한 상위도 쓰러져 있다.”
이렇게 시작되는 영화 는 당시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갖고 있던 대한민국 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의 개봉전만 해도 이병헌이라는 인물은 영화 한편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톱스타로 대우받지는 못했다. 예를 들면 <쉬리>에 출연했을 당시의 한석규 정도의 위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는 기획단계부터 대박의 가능성은 있었으나 이병헌의 흥행력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특히 이병헌이 그간 청춘스타로서 멜로물의 주인공을 주로 맡았다는 점에서, ‘사랑이야기’ 하나 없이 남북한의 분단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병헌은 이미 <바람의 아들>과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의 어리숙하면서도 인간적인 한국군 이수혁 역을 맡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다. 는 그 이전까지의 남북한 문제를 다룬 한국영화에서의 인물 구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북한군 역을 맡은 송강호는 강하고 결단력있는 모습으로 나오는 반면 한국군 역의 이병헌은 우유부단하고 겁많은 역으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인물의 구도는 남성적이고 매력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한 이병헌의 연기 덕택에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이병헌은 성공 이후 송강호, 설경구 등과 함께 한국 영화의 빅3로 우뚝 서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기획할 때 누구든 이병헌을 한번씩 떠올려보고, 일단 이병헌을 캐스팅하면 이병헌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내었다. 이병헌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SBS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를 통해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이 드라마에서 이병헌은 <내 마음속의 풍금>과 에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다시 한번 바꾸어낸다.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을 가족으로 맞게 된 불우한 맏아들로서, 오직 자신의 일에만 전념하는 냉철한 사업가 역을 맡았다. 이복동생에 대한 증오와 멸시로 겉으로는 차가와 보여도 내면에는 상처를 안고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이병헌을 사랑하게 되는 착한 여자 김연수 역을 맡은 최지우와의 호흡을 맞추며 <아름다운 날들>은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아름다운 날들>은 이병헌의 브라운관 복귀 성공은 물론 <겨울연가> 이후의 최지우에게도 또 한번의 톱스타의 지위를 안겨주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의 대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올인>은 파란만장한 삶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각자 삶의 전부를 걸고 최후의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성공을 향한 남자들의 야심과 역동적인 승부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장중한 스케일과 리얼리티를 겸비한 선 굵은 SBS표 드라마의 절정이었다. 방영 기간 내내 40%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주인공인 이병헌과 송혜교 모두를 당대 최고의 스타로 올려놓았다. 특히 <올인>은 이병헌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드라마가 되었는데, 드라마 속의 연인 송혜교와 실제 커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병헌은 인기에 비해서 공식적인 스캔들이 거의 없는 배우였다. 한때 최진실과의 스캔들 보도가 있었긴 했지만 그것은 단지 소문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사생활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런 이병헌이 한창 떠오르는 신세대 스타 송혜교와의 연인 사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으니 한국의 매스컴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녔다. 특히 70년생인 이병헌에 비해 82년생에 불과한 송혜교와의 나이 차로 인해 과연 이들의 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아직 왕성한 연기활동에 매진해야하는 송혜교 측에서 먼저 이병헌과의 관계가 끝났음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말았다.
송혜교와의 사랑 이전에 단 한 번의 알려진 연애경험이 없었던 이병헌 쪽이 표면적으로는 더 큰 상처를 받은 듯했다. 더구나 송혜교는 이 기간에 <풀하우스>라는 시청률 30%짜리 드라마를 성공시키며 건재를 과시한 반면 이병헌은 최지우와 함께 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며 또 다시 위기론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병헌은 이미 시류를 타는 흥행스타 이상의 연기자로 성장해있었다. 마치 장동건이 영화 <친구>의 흥행성공 이후 김기덕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 <해안선>을 통해 새로운 연기 영역에 도전했듯이, 이병헌도 깐느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쓰리몬스터>에서 본격적인 연기파 배우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또한 역시 작품성으로 평가받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을 출연을 결정하며 안성기의 뒤를 이어 엔터테이너가 아닌 아티스트로의 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그는 지금 충무로 영화판 러브콜의 첫 번째 수신자로 우뚝 서 있다. 충무로에서 이병헌을 캐스팅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다는 소식은 쉽게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대중적인 작품이든 예술적인 작품이든 이미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받고, 행복을 얻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잘생긴 청춘 미남 스타로 시작한 이병헌이 이 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호 감독에 의해 <내일은 사랑>에서의 완벽한 남자로 포장되었던 이병헌, 그의 성공에는 바로 그 포장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아마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 브레이크무비 BreakMovie.com 새로운영화의 지평을 찾아서 -
변희재
[브레이크뉴스 2004-11-09 12:11]
90년대 초반 KBS와 MBC는 청춘드라마를 통해 장차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이끌고 갈 위대한 스타를 배출했다. 바로 이병헌과 장동건이다. 이들은 앞 세대의 남성 스타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완벽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적당히 매력있는 남성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반해버릴 최고의 미남스타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들의 잘빠진 몸매는 훗날 ‘몸짱’이라는 말로 대중화되면서 남성스타들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매력이 되었다.
장동건이 깎은 듯한 외모에 비해 연기상의 카리스마가 부족하여 피나는 노력으로 대기만성형의 길을 걸었던 반면, 이병헌은 데뷔 때부터 모든 것을 인정받았다. 이는 윤석호 감독이 <내일은 사랑>을 기획할 때부터 가장 완벽한 남자인 ‘범수’역을 그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타 방송사의 청춘드라마가 여러 명의 캐릭터를 구성하여 장점을 나누어주었던 반면 <내일은 사랑>의 이병헌은 모든 장점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자상하고, 친절한 최고의 매력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으니, 어찌보면 이는 이병헌의 행운이었다. 이병헌은 <내일은사랑>이 방영되던 2년 동안 각종 TV와 라디오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며 청춘스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다.
그러나 1995년 영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와 <런어웨이>가 나란히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병헌은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게 된다. 특히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에서는 상대역인 최진실과의 스캔들로 신선한 청춘스타로서의 이미지도 손상되었다. 최진실은 당시 가수 변진섭과 공인된 연인 사이였으니 본의 아니게 이병헌은 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뒤 <그들만의 세상>과 <지상만가>에서도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영화에서의 흥행실패만으로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모든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 당시 한국 영화는 <은행나무침대>라는 흥행대작이 나온 이후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영화의 작품성이 외부제작 환경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에 배우 한 명의 힘으로는 영화의 흥행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소화할 만한 영화가 기획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자체는 실패했어도 이병헌은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연기상을 휩쓸며 가능성 만큼은 인정받았다.
영화에서와 달리 이병헌은 TV드라마에서는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그에게 연기의 전환점을 안겨준 것은 1995년 KBS <바람의 아들>을 통해서였다. 수염이 더부룩한 건달 장홍표 역은 지금까지 깔끔한 외모를 지닌 청춘 스타로만 인식되던 그에게 '사내 냄새'가 난다는 평을 받게 하였다. '더 이상 거칠어지고 치졸해질 수 없는 동네 쓰레기' 깡패 장홍표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형상화하면서 단순한 청춘 스타에서 연기력을 지닌 톱 탤런트로 한 단계 뛰어오르게 된다. 그동안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여기서 모성을 자극하는 슬픈 눈빛과 관능적인 남성미를 보이며 그만의 매력을 보여주게 되었다.
드라마에서의 성공이 영화로까지 이어진 것은 1999년 <내마음의 풍금>부터였다. 이때는 이미 한국영화의 제작시스템이 완전히 갖추어진 상황이었다. 이병헌은 마음놓고 자신의 연기를 펼쳐보일 수 있었다. 상대역으로 나왔던 전도연 역시 최고의 톱스타의 지위에 올라서 있었고 이들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시골의 순박한 학생과 교사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었다. 이병헌은 어눌하고 착한 교사로서 완벽히 분하여 어떠한 역할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병헌은 군입대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SBS의 <해피투게더>에서 '깡패 아들'이라는 표식밖에 없는 태풍역을 맡아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이병헌은 이 작품으로 청춘스타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잘라내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고통과 애환마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이병헌의 발전은 훗날 역사적인 대작 영화 의 기반이 되었다.
“분단의 상징적 공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단 북측 초소에서 격결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살인 사건이다. 어린 북한 초소병이 살해되었고, 그 옆엔 중년의 북한 상위도 쓰러져 있다.”
이렇게 시작되는 영화 는 당시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갖고 있던 대한민국 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의 개봉전만 해도 이병헌이라는 인물은 영화 한편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톱스타로 대우받지는 못했다. 예를 들면 <쉬리>에 출연했을 당시의 한석규 정도의 위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는 기획단계부터 대박의 가능성은 있었으나 이병헌의 흥행력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특히 이병헌이 그간 청춘스타로서 멜로물의 주인공을 주로 맡았다는 점에서, ‘사랑이야기’ 하나 없이 남북한의 분단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병헌은 이미 <바람의 아들>과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의 어리숙하면서도 인간적인 한국군 이수혁 역을 맡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다. 는 그 이전까지의 남북한 문제를 다룬 한국영화에서의 인물 구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북한군 역을 맡은 송강호는 강하고 결단력있는 모습으로 나오는 반면 한국군 역의 이병헌은 우유부단하고 겁많은 역으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인물의 구도는 남성적이고 매력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한 이병헌의 연기 덕택에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이병헌은 성공 이후 송강호, 설경구 등과 함께 한국 영화의 빅3로 우뚝 서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기획할 때 누구든 이병헌을 한번씩 떠올려보고, 일단 이병헌을 캐스팅하면 이병헌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내었다. 이병헌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SBS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를 통해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이 드라마에서 이병헌은 <내 마음속의 풍금>과 에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다시 한번 바꾸어낸다.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을 가족으로 맞게 된 불우한 맏아들로서, 오직 자신의 일에만 전념하는 냉철한 사업가 역을 맡았다. 이복동생에 대한 증오와 멸시로 겉으로는 차가와 보여도 내면에는 상처를 안고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이병헌을 사랑하게 되는 착한 여자 김연수 역을 맡은 최지우와의 호흡을 맞추며 <아름다운 날들>은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아름다운 날들>은 이병헌의 브라운관 복귀 성공은 물론 <겨울연가> 이후의 최지우에게도 또 한번의 톱스타의 지위를 안겨주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의 대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올인>은 파란만장한 삶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각자 삶의 전부를 걸고 최후의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성공을 향한 남자들의 야심과 역동적인 승부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장중한 스케일과 리얼리티를 겸비한 선 굵은 SBS표 드라마의 절정이었다. 방영 기간 내내 40%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주인공인 이병헌과 송혜교 모두를 당대 최고의 스타로 올려놓았다. 특히 <올인>은 이병헌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드라마가 되었는데, 드라마 속의 연인 송혜교와 실제 커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병헌은 인기에 비해서 공식적인 스캔들이 거의 없는 배우였다. 한때 최진실과의 스캔들 보도가 있었긴 했지만 그것은 단지 소문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사생활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런 이병헌이 한창 떠오르는 신세대 스타 송혜교와의 연인 사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으니 한국의 매스컴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녔다. 특히 70년생인 이병헌에 비해 82년생에 불과한 송혜교와의 나이 차로 인해 과연 이들의 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아직 왕성한 연기활동에 매진해야하는 송혜교 측에서 먼저 이병헌과의 관계가 끝났음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말았다.
송혜교와의 사랑 이전에 단 한 번의 알려진 연애경험이 없었던 이병헌 쪽이 표면적으로는 더 큰 상처를 받은 듯했다. 더구나 송혜교는 이 기간에 <풀하우스>라는 시청률 30%짜리 드라마를 성공시키며 건재를 과시한 반면 이병헌은 최지우와 함께 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며 또 다시 위기론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병헌은 이미 시류를 타는 흥행스타 이상의 연기자로 성장해있었다. 마치 장동건이 영화 <친구>의 흥행성공 이후 김기덕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 <해안선>을 통해 새로운 연기 영역에 도전했듯이, 이병헌도 깐느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쓰리몬스터>에서 본격적인 연기파 배우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또한 역시 작품성으로 평가받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을 출연을 결정하며 안성기의 뒤를 이어 엔터테이너가 아닌 아티스트로의 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그는 지금 충무로 영화판 러브콜의 첫 번째 수신자로 우뚝 서 있다. 충무로에서 이병헌을 캐스팅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다는 소식은 쉽게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대중적인 작품이든 예술적인 작품이든 이미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받고, 행복을 얻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잘생긴 청춘 미남 스타로 시작한 이병헌이 이 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호 감독에 의해 <내일은 사랑>에서의 완벽한 남자로 포장되었던 이병헌, 그의 성공에는 바로 그 포장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아마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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