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1 16:13
날개 잃은 천사, 추락의 끝에서 미소짓다 -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H.O.N.E.Y/News2009/04/01 16:13
날개 잃은 천사, 추락의 끝에서 미소짓다 -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글 : 정영권기자 | 사진 : 조석환(사진관이다) 2005.03.21
“닮은 점은… 오히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으니까. 감독님은 어느 부분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스토리나 캐릭터를 생각할 때 가장 적당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씀을 하셨고, 촬영하면서도 그런 말씀을 가끔 하셨어요.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거든요. ‘저랑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물어봤더니 자세한 말씀은 안해 주시고 그냥 ‘당연히 그렇지’ 하시더라구요.”
그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명쾌한 대답은 아니지만 <달콤한 인생>의 선우와 이병헌은 분명 닮아 있다.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에 가려진 어두운 열정을 품은 남자, 소년같이 맑은 미소와 고독한 반항아의 음울한 미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남자, 늘 성실하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지만 절대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남자. 우리가 피상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이병헌의 이미지는 이렇듯 선우의 분위기와 겹쳐진다.
한 남자가 있다. 선우라는 이름의 이 남자, 한 순간 자신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숙명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보스 강사장의 명령을 거스르면서 그는 보스의 애인 희수가 젊은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현장을 목격하지만 이를 보스에게 알리지 않는다. 한 순간의 선택은 선우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끝없는 추락과 파멸 뿐이다. 선우는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
“한 순간에 누군가를 보고‘아, 이건 사랑이다’하고 느끼는 감정은 분명 아닌 것 같아요. 선우라는 인물이 그 순간에 어떤 사적인 감정의 개입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 보스의 명령에 언제나 충실하게 따르다가 어느 순간 자기 멋대로 판단한 것에 대해 전혀 의심을 품지 못하죠. 그 당시에는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보면 자기의 사적인 감정이 개입됐다는 것을 조금 느끼죠. 사랑까지도 아닌데 왜 그런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을 했을까? 왜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고야 마는 선택을 했을까?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아마도 선우에게는 처음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이 뭘까?’하는 거죠.”
선우의 선택은 운명적인 파멸을 부른다. 그러나 그는 이 운명이 결국 비극적으로 끝날 것을 예감하면서도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기를 자처한다. 아버지 같던 보스, 자신을 가장 신뢰하는 줄 알았던 그 보스가 이제 명백한 적이 되어 다가온다. 날개 꺾인 천사,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자의 숙명적인 어둠. 그는 스스로 선택한 운명 때문에 필연적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보스가 적이 되는 순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사방팔방에서 그를 죄어온다. 한마디로 그는 포위되었다. 보스의 수하들에게 끌려간 폐창고에서 그는 스스로 자초한 지옥 같은 상황을 경험한다.
이병헌은 실제로 ‘얻어맏고, 매달리고, 파묻히는’ 연기를 해야만 했다. “추운 날씨에 살수차가 계속 쏴대는 물을 계속 맞아야 했고, 계속 몸이 젖은 채로 있어야 됐죠. 또 그 상태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하들을 혼자서 물리쳐야 되는 2주 간의 액션 신이었어요. 불각목으로 싸우는 장면도 있고… 근데,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그런 환경으로 인해 연기의 집중도가 떨어질 때 였어요. 너무 춥고 환경이 안 좋으면 생각이 깨끗해지지 않는 상태가 되거든요. 예를 들면 눈 내리는 추운 날, 밖에서 책상 갖다 놓고 공부하라 그러면 공부 안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정신적으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게 정말 힘들었죠.”
올해로 연기경력 13년, 영화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이병헌. 그가 걸어온 길은 아이돌 스타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남자 배우로 성장하기까지의 짧지 않은 여정이다. 그는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게 된 것도 하나의 숙명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당시 한 1, 2년 사이엔 별 차이가 없었겠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고 한다면 십 수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모습과 여기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겠죠. 숙명적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겠죠. 누구나 가고 있는 길이 숙명적인 몇 번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거잖아요.”
이병헌은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가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생기는 약간의 흥분과 긴장이 바쁘고 힘든 홍보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는 큰 힘이 된단다. "물론 개봉을 하는 날이 클라이맥스가 되겠죠. 아무리 촬영이 고생스러웠다 하더라도 그 날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로 고생했던 것들, 힘들었던 것들이 싹 잊혀지는 날이죠. 흥행여부를 떠나 관객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어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이미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영화 속,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풀 길 없는 운명의 실타래를 넘어 끝간데 없는 비극적 종말로 기꺼이 치닫는 선우처럼 그는 뭔가 ‘쎈 것’을 숨기고 있다. 그건 분명 묵직한 한방이 될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_이민형 | 의상협찬_KENZO | 헤어_민영일 | 메이크업_김효정
글 : 정영권기자 | 사진 : 조석환(사진관이다) 2005.03.21
“닮은 점은… 오히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으니까. 감독님은 어느 부분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스토리나 캐릭터를 생각할 때 가장 적당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씀을 하셨고, 촬영하면서도 그런 말씀을 가끔 하셨어요.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거든요. ‘저랑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물어봤더니 자세한 말씀은 안해 주시고 그냥 ‘당연히 그렇지’ 하시더라구요.”
그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명쾌한 대답은 아니지만 <달콤한 인생>의 선우와 이병헌은 분명 닮아 있다.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에 가려진 어두운 열정을 품은 남자, 소년같이 맑은 미소와 고독한 반항아의 음울한 미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남자, 늘 성실하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지만 절대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남자. 우리가 피상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이병헌의 이미지는 이렇듯 선우의 분위기와 겹쳐진다.
한 남자가 있다. 선우라는 이름의 이 남자, 한 순간 자신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숙명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보스 강사장의 명령을 거스르면서 그는 보스의 애인 희수가 젊은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현장을 목격하지만 이를 보스에게 알리지 않는다. 한 순간의 선택은 선우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끝없는 추락과 파멸 뿐이다. 선우는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
“한 순간에 누군가를 보고‘아, 이건 사랑이다’하고 느끼는 감정은 분명 아닌 것 같아요. 선우라는 인물이 그 순간에 어떤 사적인 감정의 개입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 보스의 명령에 언제나 충실하게 따르다가 어느 순간 자기 멋대로 판단한 것에 대해 전혀 의심을 품지 못하죠. 그 당시에는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보면 자기의 사적인 감정이 개입됐다는 것을 조금 느끼죠. 사랑까지도 아닌데 왜 그런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을 했을까? 왜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고야 마는 선택을 했을까?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아마도 선우에게는 처음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이 뭘까?’하는 거죠.”
선우의 선택은 운명적인 파멸을 부른다. 그러나 그는 이 운명이 결국 비극적으로 끝날 것을 예감하면서도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기를 자처한다. 아버지 같던 보스, 자신을 가장 신뢰하는 줄 알았던 그 보스가 이제 명백한 적이 되어 다가온다. 날개 꺾인 천사,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자의 숙명적인 어둠. 그는 스스로 선택한 운명 때문에 필연적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보스가 적이 되는 순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사방팔방에서 그를 죄어온다. 한마디로 그는 포위되었다. 보스의 수하들에게 끌려간 폐창고에서 그는 스스로 자초한 지옥 같은 상황을 경험한다.
이병헌은 실제로 ‘얻어맏고, 매달리고, 파묻히는’ 연기를 해야만 했다. “추운 날씨에 살수차가 계속 쏴대는 물을 계속 맞아야 했고, 계속 몸이 젖은 채로 있어야 됐죠. 또 그 상태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하들을 혼자서 물리쳐야 되는 2주 간의 액션 신이었어요. 불각목으로 싸우는 장면도 있고… 근데,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그런 환경으로 인해 연기의 집중도가 떨어질 때 였어요. 너무 춥고 환경이 안 좋으면 생각이 깨끗해지지 않는 상태가 되거든요. 예를 들면 눈 내리는 추운 날, 밖에서 책상 갖다 놓고 공부하라 그러면 공부 안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정신적으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게 정말 힘들었죠.”
올해로 연기경력 13년, 영화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이병헌. 그가 걸어온 길은 아이돌 스타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남자 배우로 성장하기까지의 짧지 않은 여정이다. 그는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게 된 것도 하나의 숙명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당시 한 1, 2년 사이엔 별 차이가 없었겠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고 한다면 십 수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모습과 여기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겠죠. 숙명적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겠죠. 누구나 가고 있는 길이 숙명적인 몇 번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거잖아요.”
이병헌은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가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생기는 약간의 흥분과 긴장이 바쁘고 힘든 홍보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는 큰 힘이 된단다. "물론 개봉을 하는 날이 클라이맥스가 되겠죠. 아무리 촬영이 고생스러웠다 하더라도 그 날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로 고생했던 것들, 힘들었던 것들이 싹 잊혀지는 날이죠. 흥행여부를 떠나 관객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어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이미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영화 속,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풀 길 없는 운명의 실타래를 넘어 끝간데 없는 비극적 종말로 기꺼이 치닫는 선우처럼 그는 뭔가 ‘쎈 것’을 숨기고 있다. 그건 분명 묵직한 한방이 될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_이민형 | 의상협찬_KENZO | 헤어_민영일 | 메이크업_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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